안녕하세요, Json입니다.

기업의 AI 자동화를 컨설팅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이 뉴스레터에 씁니다. 첫 편은 제가 제안서를 접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.

ERP가 있는데 재고를 모른다

얼마 전 한 화장품 공장에 다녀왔습니다. ERP가 있는 회사였어요. 그런데 재고 실사는 3개월에 한 번, 분기마다 전산 숫자를 실물에 맞춰 조정하고 있었습니다.

3개월 사이의 재고 데이터는, 없는 겁니다.

저는 책상으로 돌아와 제안서를 준비했습니다. "재고조사를 왜 3개월에 한 번만 해요? AI로 실시간 재고관리 하면 되잖아요."

"이거 매일 시키면 사람 죽어요"

현장 실무진의 답이 이 한마디였습니다.

이 공장에서 원료 무게는 사람이 저울로 직접 잽니다. 측정 자체가 사람 손인 구조에서 AI로 실사 빈도만 늘리면, 그건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 추가입니다. 직원 입장에선 3개월에 한 번 하던 고된 일을 매일 하라는 얘기가 되는 거죠.

맞는 말이었어요. 그래서 그 제안, 접었습니다. 그리고 실제로 할 수 있는 것들만 다시 발라내서 제안했습니다.

책상에서 만든 제안서가 현장 한마디에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.

AI 자동화는 매출을 못 올립니다

이 이야기를 Threads에 올렸더니 가장 공감을 받은 댓글이 이거였습니다. 현장은 "바쁜데 그거 왜 해요? 지금도 잘하는데"라고 하고, 윗선은 "그 데이터 얻으면 실제로 매출 개선이 되는 거예요?"라고 묻는다는 겁니다. 컨설턴트는 그 사이에 낍니다.

솔직하게 답하면 이렇습니다. AI 자동화가 매출 개선에 직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.

대신 확실한 게 하나 있습니다. 직원들의 반복되고 귀찮은 일을 줄여주면, 남는 시간에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생깁니다. 그 시간이 기업 매출과 생산성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만듭니다.

그래서 저는 자동화를 설계할 때 직원들이 하고 있는 업무를 최대한 건드리지 않습니다. 그 중간중간의 진짜 누수, 진짜 불필요한 일들을 줄이는 것 — 그게 자동화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.

직원의 일을 대체하겠다고 들어간 자동화는 조용히 묻힙니다. "이거 들어오면 내 일은 어떻게 되지?"라는 질문에 답을 못 주기 때문입니다. 저는 그 질문에 답하는 것부터가 컨설팅이라고 생각합니다.

다음 편 예고

그럼 AI는 어디에 붙여야 할까요? 한 회사에서는 문의의 95%를 AI가 처리하고, 사람은 사람만 할 수 있는 판단에 집중하도록 나눴습니다. AI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잘하는 일을 나누는 기준 — 다음 편에서 씁니다.

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.

혹시 "우리 회사도 비슷한데" 싶은 장면이 있다면, 이 메일에 그냥 답장 주세요. 전부 읽고, 전부 답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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