안녕하세요, Json입니다.
지난 편에서 예고한 이야기입니다. 제안서를 접은 다음의 질문 — 그럼 AI는 어디에 붙여야 하나.
상담자 4명이 엑셀을 보고 복사-붙여넣기를 하고 있었다
콘택트렌즈를 제조하고 유통하는 회사였습니다.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상담자 4명이 엑셀을 찾아서 복사해 붙여넣고, 재고를 조회해서 답하는 구조였어요. 4명의 경험과 역량은 제각각이고요.
이 회사엔 특수한 사정이 하나 있습니다. 렌즈는 의료법상 자택으로 배송할 수 없고 근처 안경점에서 수령해야 합니다. 그러니 배송 문의와 재고 문의가 쏟아집니다.
도입 전 고객들은 화가 나 있었습니다. 답변은 느리고, 4명이 처리할 수 있는 양엔 한계가 있고, 이분들도 퇴근은 해야 하니까요.
AI에 넘긴 것: 재입고 문의 95%, 배송 문의 70%
챗봇을 만들어 재입고 문의는 약 95%를 AI가 처리하게 했습니다. 사람은 그중 진짜 특수한 케이스만 응대합니다. 배송 문의는 약 70%를 AI가 맡고, 안경점 관련 문의 같은 나머지만 상담자가 받습니다.
여기까지면 흔한 자동화 성공담입니다.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그다음입니다.
AI가 자꾸 오판한 것: 렌즈 사진
환불 건도 AI가 처리할 수 있었는데, 렌즈는 아주 작잖아요. 고객이 사진을 찍어 보내면 AI가 자꾸 오판을 하더라고요.
그래서 그 일은 사람에게 남겼습니다. "이런 부분만 사람이 하세요."
100%를 자동화하겠다고 밀어붙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. 환불 판정을 AI가 틀릴 때마다 고객 신뢰가 깎이고, 그걸 수습하는 건 다시 상담사의 일이 됐을 겁니다. 자동화율 숫자는 올라가는데 현장은 더 힘들어지는 거죠.
기준은 단순합니다. 반복되고 패턴이 있는 조회는 AI, 틀렸을 때 비용이 큰 판단은 사람. 어디까지 자동화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멈추느냐가 설계입니다.
결과: 상담사 업무 체감 약 60% 감소
이렇게 나누고 나니 상담사들의 업무가 체감상 약 60% 줄었다고 합니다. "거의 반은 준 것 같아요"라는 게 현장 표현이었어요. 화가 나 있던 고객들의 욕도 사라졌습니다. 답이 빨라졌으니까요.
이 프로젝트에서 제가 배운 건 사실 이 회사 대표님의 의뢰 동기였습니다. 인건비를 줄이고 싶다가 아니라, "직원들이 너무 고생한다, 그 시간을 줄여주고 싶다"였어요. 직원들이 편해지면 상담을 더 잘하게 되고, 자부심을 느끼는 일에 시간을 쓰게 되고, 그게 결국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아니냐 — 대표님이 먼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.
지난 편에서 쓴 문장, 기억하시나요. AI 자동화는 매출에 직결되지 않지만 직원의 시간을 돌려주면 선순환이 생긴다. 그 문장의 실제 사례가 이 회사입니다.
다음 이야기
AI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잘하는 일을 나눴는데, 사실 그 사이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. AI도 사람도 아닌, 코드가 답인 일. "AI로 해주세요"라는 요청에 코드로 답하게 된 검증 프로젝트 이야기는 아카이브에 있습니다: https://newsletter.jsonjeong.com/p/ai
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.
귀사 업무 중에 "이건 AI가 자꾸 틀릴 것 같은데" 싶은 일이 있다면, 이 메일에 답장으로 알려주세요. 어디까지 AI에 주고 어디서 멈출지, 같이 봐드립니다.
Json